도시괴담#03 빨간 모자를 쓴 물속의 아이들
사람이 물에 빠져 죽으면 물귀신이 잡아갔다고 하는데
그 일이 있은 후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해 여름은 너무나 찌는 찜통, 불볕 더위로 전국이 지글지글 끓었다.
우리는 남한강 상류인 문막의 한 강변에 텐트를 치고 수영을 즐겼다.
강폭은 50에서 60미터 정도 였고 제일 깊은 곳이 3미터 정도였다.
우리는 수영 시합을 한다고 건너편 뚝까지 갔다 오곤 했다.
나도 썩 잘 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사실 잠수에는 더 자신이 있었기에
물 속으로 몰래 들어가 친구들의 다리를 끌어 당겨 겁을 주곤 하였다.
친구들은 밑에서 잡아 당기면 으레 난 줄 알았다.
그 날도 점심을 해 먹고 낮잠을 즐기고 나서 건너편 뚝까지 갔다 오기를 하였다.
친구 현우가 제일 실력이 좋았다.
나와 현우가 땅하는 친구의 소리와 함께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역시 현우의 실력은 뛰어났다.
나보다 벌써 3미터 정도 앞서갔다.
그런데 강 중간쯤 갔는데 갑자기 앞서 가던 현우가 소리도 지르지도
않고 물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마치 누가 밑에서 당기는 것처럼.
난 급히 잠수를 했다.
현우가 발버둥치고 있는데 저 깊은 곳에서
빨간 수영모를 쓴 어린아이 두 명이 현우의 다리를 각각 하나씩 잡고
당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놀랬다.
온 몸에 전율이 전기처럼 짜릿하게 휘감았다.
다시 한번 보니 어린아이들은 없고 현우가 물 위로 쑥 올라가는 것이었다.
나도 위로 나갔다.
현우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현우를 감싸 안고 천천히 둘이 보조를 맞추며 헤엄쳐 나왔다.
백사장에서 배구하던 딴 친구들은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르다가 현우의 얼굴을 보고 심각해졌다.
잠시후 정신이 반쯤 돌아온 현우가 말했다.
갑자기 주변 물이 차워지더니 누군가가 같이 수영하는 것 같았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밑에서 엄청한 힘으로 잡아 당기는데
너무나 무서워 소리도 못질렀어.
발끝에 빨간 색의 천 같은게 감기는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엄청난 힘이 날 물 밖으로 던졌어.
난 차마 빨간 모자를 쓴 어린아이 두명이 널 잡아 당기는 것을 보았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공포에 질려 헛깨비를 볼 수 있을수도 있으니까.
괜히 공포 분위기로 몰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어쨋든 우리는 당장 강가에서 철수했다.
현우와 나는 바로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다른 친구들이 하루만 더 있자고 하여 마을에들어가
이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새마을 회관 앞의 공터에 텐트를 쳤다.
밤에 이장님께서 집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감자를 쪄서 우리를 불렀다.
현우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장님께 얘기했다.
다 듣고난 이장님께서 거기는 가지 말고 내일은 저 위에 가서 놀아.
아까 거기서 작년에 유치원에서 물놀이 왔다가 튜브의 바람이 빠져 2명이 죽었어.
옛날부터 거기서 사람이 간혹 죽었어.
학생은 정말 조상이 도운 것이야.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난 너무나 놀랐다. 어린아이 두명이 작년에 죽었다니.
그러면 아까 내가 헛깨비를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장님, 죽은 애들이 빨간 수영모자를 썼었나요 ?
난 덜덜 떨며 물었다.
글쎄,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모자를 쓰긴 썼던거 같은데 색깔은 잘 모르겠네.
그건 왜 물어 ?
그 이후 난 물에는 절대 안 들어간다....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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