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귀가 명작인 이유
납량특집 호러물 정도로 생각했던 드라마 악귀는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장면에서는 수사물 같고, 또 다른 부분에선 오컬트, 공포물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결국 드라마 악귀는 귀신이 아닌 사람을 겨냥하고 있는 드라마다. 10회에 이르러 귀신을 보는 민속학자 염해상의 친할머니이자 중현캐피털 대표 나병희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병희는 과거 남편과 함께 무당에게 돈을 주고 여자 아이 이목단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다. 모든 이유는 돈, 중현 캐피털의 전신인 중현상사를 일으키겠다는 탐욕이었고, 그것이 악귀인 태자귀를 만들었다. 염해상과 구산영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악귀는 할머니 나병희가 만든 살인의 결과물이었다.
대물림 되는 부를 유지하기 위해, 더 큰 탐욕을 위해 만든 비극이었다는 점에서보다 충격적이고, 현실적이라 더 끔찍하다. 나병희는 악귀의 유혹에 넘어가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 즐기면서 살 거라는 염승욱을 향해 “고작 이 정도 가지고, 겨우 푼돈이나 만지자고 그 귀신을 만든 줄 알아"라고 코웃음 쳤다. 그렇게 악귀와 손을 잡았다. 악귀는 그 대가로 남편에 이어 아들에게 달라붙었다. 악귀는 부를 축적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정적들을 숱하게 제거해 줬다. 하지만 염승옥이, 또 그의 아들이 이젠 충분하다고 가족을 지키겠다며 악귀와의 결별을 선언하자 악귀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악귀와 손을 잡은 나병희는 남편과 자식을 악귀에게 바치고, 비밀을 알아챈 손자 염해상의 친구 우진을 제 손으로 죽였다. 과거 염해상의 모친은 어떻게든 악귀가 자식을 지배하는 걸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다 죽음을 맞았다.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악귀를 막으려다 1년 전에 죽은 전 민속학자 구강모의 딸 구산영이 악귀와 악연을 맺는 계기가 여기서 발생한다.
김은희 작가는 자본주의나 그에 대한 탐욕으로 결부된 귀신들이나 피해자들을 설정했다. 자살귀들에 씐 피해자들은 불법 대출에 시달리던 청춘들이었다. 구산영의 동창은 남의 것을 탐해도 탐해도 부족한 아귀에 시달린다. 시골 마을에 찾아온 객귀마저 어릴 적 돈 벌러 도시로 떠났다가 십수 년을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딸이었다. 악귀 여자 아이 이목단은 자본가의 탐욕을 위한 제물이었다. 무속의 힘을 빌린 나병희와 염승옥이 주범이었고, 이들 자본가들이 나눠 준 콩고물을 집어삼킨 마을 주민 전체가 공범들이었다.
김은희 작가는 1958년도 벌어진 유사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귀신보다 사람이, 사람의 탐욕이 현실에선 더 무서운 법이다. 귀신을 보는 염해상은 악귀 때문에 죽은 어머니의 비밀을 캐다 할머니 나병희를 비롯한 집안의 거대한 탐욕과 마주하게 된다. 구산영은 반대의 경우다. 5살 이후 얼굴 한 번 못 본 아버지의 부음 이후 악귀가 씐다. 악귀는, 귀신들은 그렇게 인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숙주 삼아 인간을 공격하게 사회에 균열을 낸다. 다소 유연한 공포물이면서 악귀의 연원을 쫓는 수사물의 형식을 띤다. 김은희 작가가 제시한 꽤나 방대한 단서들을 따라잡는 재미는 상당하다. 귀신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흡인력도 상당하다. 일종의 떡밥인 악귀의 정체가 가련한 피해자인 이목단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드라마 악귀는 악의 발원을 아동 살해까지 자행한 자본가의 탐욕과 동일시했다. 이 과감한 설정을 밀어붙인 것만으로 다른 호러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악귀가 명작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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