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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권>
이 책을 읽기 전 돈키호테를 떠올렸을 때 내 머릿속에 담긴 그것에 관한 모든 것은 이미지 한 장에서 시작하고 끝났다. 왜소한 남자가 말을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 그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고, 그저 풍차를 악당이나 괴물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싸우는 정신이상자의 이미지 그것이 전부였다.
아주 오래전 아마도 학창시절이겠지만 순간의 이미지를 보고 지나친 것만 같은 단편의 기억. 성인이 되어 돈키호테라는 소설이 대단한 고전명작이며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도서임을 인식하고 이렇게 처음인 듯 처음 아닌 만남을 갖게 되었다.
벽돌과도 같은 700여 페이지의 두께에 놀라고 겁을 먹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문장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이야기는 그림이 그려지듯 서술하고 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돈키호테와 산초 캐릭터의 유머러스함. 그 외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고 돈키호테가 하는 말 하나하나 읽다보면 서서히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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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야기에 심취한 나머지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편력 기사라 칭하며 모험을 떠난다. 성으로 착각한 객주집에서 말도 안 되는 기사서품식을 받고, 이웃마을 농부의 딸을 자신이 모실 귀부인이라 칭하며 그녀를 향한 성과를 내기 위해 애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험이란 말이 무색하게 양떼를 향해 돌진하고 지나가는 이들을 악당으로 착각하고 싸움을 벌인다.
매번 두들겨 맞고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히 돈키호테이며 보기에 안쓰럽고 앞으로의 행보가 심히 걱정된다. 지극히 현실적인 말을 털어놓는 종자 산초 판사로 인해 돈키호테가 추구하는 허황된 이상세계가 어느 정도 현실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듯하다. 물론 그가 돈키호테에게 바라는 것이 장차 왕이 되면 자신에게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하고 있음에 웃음이 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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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모험 외에도 만나는 사람들의 여러 사연들이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사랑과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사람들, 그들이 운명처럼 만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에선 고전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진지함이 엿보였다. 개인적으로 고전문학이라 하면 앞서 읽었던 러시아 문학의 난해함과 어려움에 머뭇거림이 앞섰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글은 쉽고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당시 기사소설이 추구하던 이상에 대한 풍자가 진하게 담겨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제 또 다시 모험의 길을 나설 돈키호테의 2권을 기다려본다.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열린책들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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