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엔딩에 대한 아쉬움
평소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멜로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장르만 보고 작품을 거르거나 편식하는 선별적인 시청자였다. 그런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오래전 풋풋했던 시절의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오랜만에 만난 잔잔하고 감성적인 드라마였다.
재능 없고 남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바이올린 전공자 채송아와 재능을 타고 났지만 불운한 배경과 고독을 지닌 피아니스트 박준영의 멜로. 익숙한 구도의 이 설정은 부족함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너무도 사랑하는 채송아의 마음을 부각시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16부를 지나 어제 마지막회가 방송되었다.
드라마를 애청했던 시청자로서 아주 큰 아쉬움에 참을 수 없어 한마디 남겨보는데, 여주인공 채송아의 엔딩이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난다. 몇 회만 거슬러보면 그녀를 총무로 부렸던 교수가 송아와 준영의 연애를 알게 된 후, “그래 준영이처럼 해외 공연 다니는 아티스트에겐 가방 잘싸주는 와이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송아에게 상처를 주고, 시청자들 역시 분개하는 작용을 했다.
그런데 결말을 보면 송아는 바이올린을 포기했고, 심지어 악기를 팔았으며 준영과는 해피엔딩으로 청혼을 받는다. 둘이 훗날 결혼을 하면 송아는 지금처럼 재단 일을 하는 직원으로 해외 공연을 가는 준영의 가방을 챙기는 성실한 와이프가 될 것만 같은데... 이는 너무나 허무하고 현실적이지 않은가?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현실 속 인물들 이라면 이런 결말이 개연성 있어 보이겠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서까지 현실의 벽에 좌절해야하는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든 꿈을 포기하고 지금의 생업을 이어가는 시청자들은 그런 현실적인 결말에 공감이야 하겠지만 감동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의 결말은 다큐지 드라마가 아니다. 송아를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드라마 내내 꿈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의 꿈은 소중하고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녀가 현실에 굴복하고 더는 취미로도 악기를 다루지 않는 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는 인물의 초목표와도 거리가 멀다. 냉정하게 말해 애초부터 그녀의 초목표는 바이올린에 대한 꿈과 열정이지 피아니스트 남자친구가 아니었다.
반면에 내내 삼각관계로 갈등을 야기했던 준영, 현호, 정경 세 사람은 시간이 조금 흘러 그들 세 사람만의 무대를 이루며 앞으로의 음악인생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송아는 기획자로...
사람들은 드라마를 공감으로 볼지언정 현실의 반영으로 보지 않는다.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을 더 나아가 교훈까지 안겨줄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드라마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아끼고 지켜봤던 인물들이, 결코 현실로 튀어나오지 않을 그들이. 내내 이야기하고 소중하게 품어왔던 꿈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드라마, 이야기 속에서만은 꿈이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가 가능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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