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특별하고 소중한 인생드라마인 이유
오래된 주제인 ‘돈과 사랑, 그리고 계급’을 다룬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아쉽게 끝났다. 제목만 보고 로맨틱 코미디나 뻔한 멜로인줄 알았더니 ‘앞뒤 재지 말아야 할 사랑’ 앞에서 이익과 손해, 이해를 따지며 망설이고 엇갈리는 젊은 남녀, 청춘의 이야기였다. 지잡대(지방대를 비하하는 말)냐 인서울(서울 안에 있는 대학)이냐 따져가며 소개팅 하는 요즘 연애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시청률은 3%대로 높지 않았지만 확고한 팬층을 확보했고, 드라마 팬 채팅 관련 내용도 다른 드라마에 비해 압도적이다. 4년 전 출간된 원작 소설 동명의 ‘사랑의 이해’는 뒤늦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드라마로 각색하며 캐릭터의 차이가 조금 발생했지만 드라마와 소설의 배경은 은행이다. 은행이라는 공간 안에서 뚜렷하게 나뉘는 계급의 차이를 보여준다. 원작 소설을 쓴 이혁진 작가는 은행을 배경으로 한 이유를 들어 “돈으로 생기는 사회적 계급과 심리적 격차가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은행이지만 일반 회사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추려냈다”고 말했다. 드라마 주인공 하상수(유연석)는 평범한 집안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에 있는 유명대에 진학하고 은행에 취직했다. 하상수 눈에 같은 은행의 안수영(문가영)이 들어온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안수영은 ‘텔러’다. 같은 은행 창구에 앉아있어도 신분증 목걸이 색깔이 다른 서비스 직군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고졸 출신이며, 원작 소설에선 계약직이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하상수와 안수영 사이에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대졸 대 고졸’ 이라는 거리가 있다.

하상수는 안수영을 좋아하지만 그의 현실적 조건에 망설인다. 그 모습을 본 안수영도 하상수를 향한 마음을 거둔다. 하상수 옆에는 그를 향해 상큼한 사랑의 감정을 보내는 부잣집 딸 박미경(금새록)이 있다. 해맑은 박미경은 하상수에게 ‘직진’한다. 하상수도 박미경 집안을 등에 업는 든든한 미래를 그리며 사귄다. 안수영 옆에는 정종현(정가람)이 등장한다. 은행 청원경찰인 정종현은 같은 은행에서도 창구 밖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아버지 사고로 월세 보증금마저 빼야 하는 상황. 여자친구가 된 안수영 집에 들어가 살 정도로 가진 게 없다. 하상수-박미경, 안수영-정종현 커플 구도가 깨지는 직접적 이유는 소경필이라는 은행 직원과 안수영 간의 관계이지만 그 밑바닥 감정에는 하상수와 안수영의 로맨스가 깔려 있다. 특히 드라마는 둘 사이에 망설이고 망설여서 더 애틋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좀 더 앞세웠다. 소설에서는 돈과 계급의 문제를 보다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상수와 박미경은 부의 차이에서 느끼는 이질감, 안수영과 정종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망설이는 하상수는 스펙을 따지는 ‘요즘 남자’들의 연애를 여실히 드러낸다. 작가는 “같은 남자로서 저에게도 있고, 남자들에게 가장 못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싶었다”면서 “상수는 (수영 앞에서) 이해관계 때문에, 장래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다. 인물들의 감정이 사실적이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적 안정이 사랑을 담보해주는 것도, 또 사랑이 경제적 안정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런 망설임이 없다면 그 사람의 감정이 너무 가볍거나 얕은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일은 똑부러지지만 사랑 앞에선 똑부러지지 못한 안수영. 그녀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주저한다. 종현을 떠나기 위해 제3의 남자와 관계를 맺는 등 회피하는 방식 등을 두고 시청자들은 ‘답답하다’ ‘이해 안된다’ 등 말이 많았다.
드라마 종반부 안수영은 사랑 앞에서 불안감이 컸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수영 역시 인물 설정상 자기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든 소설이든 세월이 흐른 뒤 안수영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드로잉 카페의 주인이 된 안수영은 편안해졌다. 소설에서 안수영은 회계사가 되어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 이 작가는 안수영의 결말을 두고 안수영이라는 인물이야말로 가장 이해관계에 핍박받으면서도 결국엔 가장 큰 손해와 피해를 무릅쓰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그랬기 때문에 더 나은 처지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달콤한 사랑이 아닌 씁쓸한 현실의 사랑을 더 내밀하게 그린 드라마 사랑의 이해. 작가는 연애소설이 아니라 연애에 관한 소설이며, 조직 안에서 우리 본성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해관계에 시달리는 사랑의 감정이 결국엔 그 이해를 벗어날 때 사랑다울 수 있다는 게 이야기의 결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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