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시퀀스로 풀어라 - 폴 조셉 줄리노
시퀀스들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시퀀스는 극을 집필할 때 계속 제발되는 기본적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그 문제는 바로 모든 극은 실제로는 고안된 것이면서도 고안된 것처럼 보이면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시퀀스A
영화의 첫 15분 동안은 누구, 무엇, 언제, 어디, 그리고 무슨 상황에서 영화가 진행될 것인가 등의 의문들에 대한 답이 제공된다. 그것은 즉 설명 혹은 엑스포지션이다. 하지만 이런 엑스포지션이 시작되기 전에 관객을 '낚아'hook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첫 번째 시퀀스에서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호기심의 이용이다. 성공적인 영화들은 대개 관객에게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의문이 일어나게 하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해답을 약속한다.
호기심을 이용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하고나면 이야기가 정식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중요한 의문들에 답하는 엑스포지션(배경에 대한 설며예을 제공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거의 언제나 첫 번째 시퀀스에서는 주인공이 소개되고, 또한 스토리 자체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진행 중인 그의 일상의 흐름이 보여진다. 효과적인 첫 번째 시퀀스는 스토리로 이끄는 사건들의 간섭이 없었다면 프로타고니스트의 일상이 어땠을지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영화 초반부에서 전달되는 일상생활의 느낌이 강하면 강할수록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일상생활에 끼어들어 불안정을 야기하는 사건들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보통 첫 번째 시퀀스의 끝부분에는 '개시점' 혹은 '도발적 사건'이라 불리는 순간이 발생한다. 이 지점은 기존의 일상의 흐름에 처음으로 파문이 이는 순간으로, 프로타고니스트는 어떤 식으로라도 이에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퀀스 B
2시간 짜리 영화의 25% 정도 지점에서 끝나게 되는 두 번째 15분은 거의 반드시 주 긴장축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동시에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 형태를 부여하는 극적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두 번째 시퀀스의 마지막은 그 자체가 1막의 마지막이 되곤 한다.
보통, 첫 번째 시퀀스에서 소개된 프로타고니스트는 영화의 첫 15분에 자신의 인생에 끼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다. 그 캐릭터는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며, 따라서 이야기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번째 시퀀스에서 프로타고니스트가 시도하는 해결책은 그를 오히려 더 큰 문제 또는 곤경에 봉착하게 만들 따름이다. 이는 1막의 끝을 표시하면서 2막의 내용을 차지하게 되는 주 긴장축을 설정한다.
<차이나타운>의 예에서 기티스는 누가, 어째서 자신을 고용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진짜 멀레이 부인에게, 그녀의 남편이 시체로 발견된 후 고용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시퀀스 C
영화의 세 번째 15분 길이 시퀀스에서 주인공은 1막의 끝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시도를 벌인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인간적인 습성 때문에 캐릭터들은 우선 문제 해결에 있어 제일 쉬운 해결책을 택하고 그 문제가 즉각적으로 해소되길 바란다. 따라서 등장 인물은 세 번째 시퀀스(다른 시퀀스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에서 코앞에 당면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문제의 해결로 인해 더 크고 더 심각한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곤 한다. <미드나잇 런>에서 잭 월쉬는 죄수를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비행기에 태워 데려올 수 없게 되자 대신 기차를 택한다. 그러나 이것은 곧 그의 라이벌에 의해 방해당하고 이로 인해 대신 버스를 타게 되지만 다시 마피아와 FBL에게 습격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차를 빌리게 된다. 점점 더 바람직하지 못한 운송수단을 택하는 것은 곧 잭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것을 반영한다.
시퀀스 D
네 번째 15분 길이 시퀀스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시도가 실패했음이 밝혀지며, 따라서 프로타고니스트가 자신의 일상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한 가지나 그 이상의 필사적인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 번째 시퀀스의 말미에서는 종종 '첫 번째 극점' 혹은 영화의 '중간 극점'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프로타고니스트의 임무를 더욱 고되게 하는 의외의 새로운 사실이나 운의 역전일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구현된 시나리오들은 종종 이 시점에서 극적 의문(프로타고니스트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답에 대한 매우 명확한 느낌을 관객에게 제시하지만, 결국 주변 상황들 때문에 이야기는 보통 그와는 반대로 진행되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첫 번째 극점은 영화의 실제 결말에 대한 힌트일 수도, 혹은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
시퀀스 E
이어지는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인공은 첫 번째 극점에서 새롭게 발생한 복잡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훌륭하게 고안된 시나리오들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앞으로 닥칠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느낌을 슬쩍 보여주기도 하지만 첫 번째 극점에서처럼 그렇게 확연하지는 않다. 이 부분은 간혹 스토리상에서 새 캐릭터들과 새 기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서브플롯들이 존재하는 경우, 이 시퀀스와 시퀀스 F는 그것들이 주가 되어 극을 이끌어나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들에서는 첫 번째 극점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주인공의 목적이 그 전과는 정반대가 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시퀀스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퀀스의 긴장감이 해소된다고 해서 주 긴장축이 해소되는(즉 주인공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보통 더 어려우며 여전히 위험 수위도 높은 새 분규를 낳을 뿐이다.
시퀀스 F
2막의 이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손쉬워 보였던 해답들이 모두 사라지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됨으로써 결국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주 긴장축의 해소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극적 의문에 대한 대답이 제공된다. 따라서 이 여섯 번째 시퀀스의 마지막은 동시에 2막의 마지막이라도 하며 '두 번째 극점'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 부분은 그 자체로 관객에게 또 다른 가능한 결말의 힌트를 제공한다.
두 번째 극점은 첫 번째 극점과 흡사하게 영화의 실질적인 결말을 어렴풋이 제시하거나, 또는 더 전형적으로 완전히 정반대의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선셋 대로>의 이 지점에서는 길리스는 베티와 키스를 한다. 이 행위는 둘의 관계의 최고점을 표시하지만 나중에 모든 것을 잃은 길리스가 죽어서 수영장 위에 둥둥 떠 있게 되는 영화의 결말과는 완전히 반대인 것이다. <미드나잇 런>의 잭은 이 부분에서 FBI에게 체포되고 조나단 마두카스를 라이벌에게 빼앗기게 되지만, 이는 영화의 결말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상황이다. 나중에 그는 결국 시간에 맞춰 LA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고 자유의 몸으로 30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된다.
2막의 엔딩이 이야기상에서 '최저점'이 되어야 한다는 속설은 일반적으로 그릇된 통념이다. 여러 영화를 분석하면서 나는 이 통념이 결코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아냈다. 이 부분을 단순히 '최저점'이라고 한정지어 생각한다면 스토리의 수많은 가능성들이 차단될 수 있다.
시퀀스 G
시퀀스 A에서부터 E까지의 긴장감들의 해소가 그랬던 것처럼, 시퀀스 F에서 주 긴장축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최종적인 결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해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들이 다시 튀어나오게 되고, 또한 앞에서 설정되었던 다른 스토리축들과 따라다니는 원인들이 새로우면서도 더 어려운 문제들을 야기하고, 어떨 때는 캐릭터에게 기존의 목표와는 상반되는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로 인해 스토리 자체가 거꾸로 뒤집어질 때도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매우 새로운 각도에서 그것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이 일곱 번째 시퀀스는 계속 높아지는 위기감과 더욱 격앙되는 진행 속도가 그 특징이며 그 결말 역시 뜻밖의 전개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퀀스 H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인 이 시퀀스는 거의 예외없이 영화의 결말을 내포한다. 이 부분은 개시점에서 생겨난 불균형감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마침내 청산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첫 번째와 두 번째 극점들과, 그보다는 약하지만 각 시퀀스들의 끝부분에서도 결말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지만 이제야 가까스로 충분하고도 완전하게 긴장이 해소된다. 영화에 따라서 남자는 여자를 얻거나, 혹은 영원히 얻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시퀀스 H는 거의 언제나 에필로그 혹은 피날레를 포함한다. 이것은 아직 미결인 이야기의 가닥들을 매듭짓는 짧은 신이나 일련의 신들로, 남아 있는 서브플롯이나 따라다니는 원인들을 종결지음으로써 관객들이 방금 겪은 강렬한 경험으로부터 천천히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