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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모든 것을 만든다. 몸통과 가지와 열매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며
생명을 불어넣고 그것들을 통제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가진 뿌리로 인해
썩은 가지가 되기도 하고, 설익은 열매가 되기도 하며 혹은 또 다른 뿌리가 되기도 한다.
부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거친 대사와 묘사들은
작가 분께서 직간접적인 체험이나 철저한 자료조사에서 나온 듯 하다.
간혹 큰 자극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만큼 거칠지만 생동감 있고 꾸밈없는 리얼함이 느껴져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와 몰입해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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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의 여느 엄마들처럼 아들을 편애하는 가정에
딸로 태어나 희생과 피해를 강요받았던 후남과 모든 혜택을 받았던 귀남의 이야기.
이 소설도 어쩌면 이와 같은 출발선을 가졌다고 본다.
시대와 환경이 당연시하게 묵인했던 그런 환경적 굴레가 아픔이 되고 트라우마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마저도 뒤흔들고 혹은 그 다음세대까지 악이 대물림 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깊고 어두웠던 사회와 극단적인 가정의 환경을 대변하고 있지만
분명 현대를 사는 누군가는 아직도 허덕이고 있을 그런 아픔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책임인지
혹은 부모의 탓인지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주제다.
출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미 세상에 날 때부터 피로 엮여버린 가족이라는 뿌리 때문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 그것을 차마 놓지 못하고 스스로 꽁꽁 묶어버린 것인지는
여러 변수가 있기에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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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인생을 행복을 쫒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어떤 이는 그 작은 살아감과 쫒는 대상조차 허락되지 못한
뿌리를 갖고 오늘도 불행과 몸부림치며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 가족들과 함께 자라고,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며
인생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나는 어느 순간 인물들이 더 이상 뿌리처럼 박힌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를 놓아주기를 소망했다.
날 때부터 정해진 가정환경은 당신들의 운명도 잘못이 아니니 더 이상 스스로 얽매이지 말라고.
미처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 겪은 트라우마는 결국 아픔으로 커가고 어느새 암처럼 전이되다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 것 임이 느껴졌기에..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결말이었다.
정리와 화해를 서두르는 여타 비현실적인 엔딩보다
그간 쌓아온 모든 서사와 캐릭터들을 대변하는 듯 한 이 작품의 결말은
오래전 처음 맛본 그날의 아메리카노처럼 씁쓸한 나름의 여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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