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리뷰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토옙스키 / 열린책들

by 디투스토리 2025. 2. 4.
728x90
반응형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읽기는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풀지 못한 숙제와도 같았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 나온 어느 유명인이 학창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충격을 받았다 말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지금의 성공한 자신이 있기까지 그때의 기억이 아주 큰 자극이 되었다며. 그의 말에 언제고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읽게 된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나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첫 만남이다.

반응형

책장을 덮은 나의 소감은 ‘어렵다’로 시작해 ‘어렵다’로 끝이 났다. 시작은 이해할 수 없어서 어려웠고, 마지막은 이해하고 싶어서 어려웠다. 사실 처음 30페이지 가량 읽었을 때 이런 글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주인공인 화자는 스스로의 철학을 쏟아내는데 나는 그의 말을 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랬던 것 같다. 책을 덮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수의 독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었고, 누군가는 2장부터 먼저 읽기를 권했다. 서사 위주의 스토리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화자의 독백이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1부와 2부를 순서대로 구성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그대로 순서대로 참아가며 읽어 나갔다. 몇 번을 되돌아가기도 했고, 2부에 이르러서야 앞서 1부에서 스치고 지나갔던 부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소심한 사람이나 자신의 의식 속에서는 강한 사람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치지만 그 직전까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이 소설은 화자가 겪는 이야기가 아닌 화자 자신의 이야기,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화자는 결단력은 있으나 우유부단하고, 못된 관리였지만 뇌물은 받지 않는 관리였다.

728x90

동료들을 경멸했지만 한편으론 두려워한다. 반기지도 않는 친구들의 모임에 무리해서 참석하지만 정작 자신도 그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약자인 마부에게나 모질게 대하고, 어린 나이에 몸 파는 일을 하는 여인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지만 현실을 자각한 후 그녀가 자신을 찾아올까 전전긍긍 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다만 한 명의 독자로서 솔직한 소감을 남기자면 작가는 화자를 통해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가질 수 있는 성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사람은 살아가며 크고 작게 남들과 부딪치며 타인에게 상처를 받기도 주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생겨나는 불평, 불만을 안고 살아가지만 애써 숨기기도 한다. 싫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옆에 두어야 하며 싫은 일도 참으며 살아가게 된다. 갖고 있지만 드러내기 힘들고,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며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갖고 살아가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 대단한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의 극히 일부분만 가지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지금의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수기 #열린책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