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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웃는 남자 / 빅토르 위고 / 더스토리

by 디투스토리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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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라는 친숙한 이름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로 여러 번 접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에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은 어딘지 나에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동명의 영화가 있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은 탓에 사전 정보라곤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풍문이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빈손으로 1081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빅토르 위고의 명작 웃는 남자와 첫 만남을 가졌다.

 

고전을 읽어 갈수록 그 안에서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을 발견하곤 한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것만 같았던 고전에는 깊이가 있고 처절함이 있고 놀라운 묘사와 장엄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솔직히 스토리 전개보다 많은 설명과 비유 속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스피디하게 사건을 던져놓는 요즘 소설과 확연히 다른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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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장면에 오래 머무르며 하나씩 짚어주는 듯 설명을 이어간다. 인물과 배경, 역사까지 모든 걸음은 천천히 내딛는 대신 진중하고 깊이 있는 문장들과 함께 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니 인물에 더 빠져들고, 상황에는 더 몰입됐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웃는 남자 그윈플렌의 버려짐과 만남, 그리고 잃어버린 과거, 숨겨진 진실과 위치를 되찾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과거, 현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여기에 당혹스럽고 먹먹한 결말까지..

 

방대한 분량에 비해 몇 줄로 요약할 만한 간결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이 책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먼저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서사가 상당하다. 웃는 남자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아 온 주인공 그윈플렌과 얼어붙은 삶의 끝자락 운명처럼 생을 회복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소녀 데아는 말할 것도 없고,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요즘말로 츤데레와 같은 우르수스, 계획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 바킬페드로, 황홀함과 타락함을 동시에 지닌 사이코틱 한 조시안, 반전의 정체를 가진 톰짐잭까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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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빅토르 위고는 귀족들의 통치가 당연하다는 듯 역설적인 문장을 오히려 더 과장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런 효과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의아함과 함께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듯하다. 독자 스스로 그윈플렌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비교해 보라는 듯.

책을 읽는 동안 빅토르 위고의 표현력에 놀랐다가 감탄으로 넘어가 매료되는 나를 발견했다. 정확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장엄하고 수준 높은 표현의 문장들로 가득하다. 나는 책을 읽은 후 보통 누군가에게 이 책은 스토리는 이렇다고 말을 하지만 적어도 웃는 남자만큼은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읽어야만 알 수 있는 표현과 묘사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보통 줄거리를 파악한 후 독서를 선택하곤 하지만 웃는 남자는 그것이 무의미하다. 설명이나 요약이 아닌 전체를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렇게 또 한권의 고전명작을 만날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그윈플렌이 상원의 귀족들 앞에서 연설하는 대목을 남긴다.

 

“제가 첫 번째로 본 것은 법이었습니다. 그것은 교수대의 형태였습니다. 두 번째로 본 것은 부유함이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죽은 한 여인을 통해서 본 경들의 부유함이었습니다. 세 번째 것은 죽어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해 본 미래였습니다. 네 번째 것은 늑대 한 마리 말고는 동료도 친구도 없는, 어느 부랑자의 모습 밑에 감추어져있던 착함과 진실함과 공정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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