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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깃털 도둑 / 커크 월리스 존슨 / 흐름출판

by 디투스토리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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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도둑>

‘깃털도둑’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새의 깃털을 훔쳐서 그걸 어디다 쓰는지 도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플라이 타잉. 이름도 생소한 이것은 낚시를 할 때 곤충처럼 보이기 위해 새의 깃털과 바늘을 엮어 만든 일종의 가짜 미끼다. 사라진 깃털은 정작 낚시에는 사용하지도 않을 이 가짜미끼를 향해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와 민물낚시를 했던 기억이나 친구들과 휴가 때 재미로 바다낚시 한두 번 해본 게 전부인 나로서는 플라이 타잉이라는 분야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들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며 읽을 만큼 소설 속 이 분야는 구체적이며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플라이 타잉을 즐기는 인물들은 순수하게 타잉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만큼은 남보다 더 귀하고 화려한 깃털로 타잉을 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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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반에는 진화론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인 러셀 월리스의 등장으로 역사서와 같이 흥미롭게 시작한다. 인간이 자연 속 그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보여주는데.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해 깃털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자의 장식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금지되자 플라잉 타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낚시를 위한 도구이지만 낚시는 하지 않는 그저 아름다움과 기술을 뽐내고 수집하기 위한 도구. 이것은 흡사 운동화를 모으는 사람들이 정작 운동화의 목적은 버린 채 수집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플라이 타잉이라는 행위나 수집하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수집 욕구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다양하게 발전해 사람들에게 취미로 남아있다.

 

우표, 가방, 신발, 레고, 피규어, 등등...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의 취미는 개인에게 소확행이라는 즐거움을 주겠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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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깃털도둑인 에드윈은 그 선을 넘어 박물관을 털었다. 사실 박물관 측에서 도난 한 달이 다 되어서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과 에드윈이 이미 깃털 장사를 시작한 이후에도 그것에 대한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는 게 참으로 놀라웠다. 21세기에 일어난,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인데도.

 

5년을 추적한 끝에 화자가 에드윈과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순간부터 이어서 공범의 가능성을 지닌 롱을 만나게 되는 후반부에는 심리 스릴러의 느낌이 진하게 들었다. 다양한 재미로 변화무쌍한 소설이며 실화라는 사실하나만으로 몰입하기 쉬운 재밌는 소설이다. 과연 잃어버린 깃털을 찾을 수 있을지. 에드윈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 두 가지의 궁금증으로 몰입해서 읽었지만 실화인 탓에 마무리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추적에 추적을 거듭해 사실에 최대한 근접하여 보는 이들이 결론을 짐작하게 만들지만 결과를 팩트로 만들 수는 없는 흡사 TV방송인 ‘그것이 알고 싶다’ 와도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에드윈으로 인한 도난 사건이 벌어졌고, 그가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으며, 또한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의 것이 아니며 인간이 그 용도를 정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와 욕심에 의하여 그것들을 마음대로 사용해왔다. 과연 플라이 타잉을 위해 깃털을 모으는 이들을 비난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지갑, 가방, 구두, 패딩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과거의 모자 장식과는 물론 크게 다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과 유행을 위한 선택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에드윈은 더 이상 연구도 행하지 않고 박물관 서랍에 갇혀있는 새들보다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친다. 나 역시 그의 뻔뻔한 주장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 돌아온 도난품이 서랍 속에 갇히고 마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연 이것이 내가 원한 결과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깃털도둑 #커크윌리스존슨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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