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 리뷰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 민음사

by 디투스토리 2025. 2. 15.
728x90
반응형
 

<네 이웃의 식탁>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첫음절 ‘네’가 ‘너의’ 그러니까 당신 이웃의 식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4개의 가족을 일컫는 말이다. 일면식도 없던 남남에서 하루아침에 공동체라는 테두리로 묶여 자연스레 서로의 식탁이자 사생활을 공유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부터 잘 못 짚었지만 사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 자체가 중의적인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네 가족의 이야기지만 결국 내가 느끼는 타인과의 관계가 담겨있는 이야기니까.

 

30대 젊은 부부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읽는 이가 누구라도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을법한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네 가족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갈 규칙을 만든다. 그중 가장 큰 포인트는 공동육아다. 부부 중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한데모아 돌보는 방식. 들어보면 그럴듯하지만 애초에 아이들 나이도 제각기 다르고, 생활 패턴이나 스타일도 다른데 심지어 어느 집은 아빠가 일을 쉬고 있다.

반응형

겨우 네 가족이지만 그 안에서 돌봄을 반대하는 의견은 묵인되고, 불편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어쩔 수 없이 카풀을 진행하는 이웃 남자의 불편한 발언과 제스처가 자꾸만 선을 넘나드는 이야기, 여성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에 대해 타인이 갖는 무조건적인 판단, 집이 가까워 부부싸움 마저 공유할 수밖에 없는 현실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 아픈 상황들이 이어진다. 허구지만 있어왔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애초에 이런 공동체의 취지가 세 명의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현재 국가에서는 자녀를 낳으면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그것의 실효성에 논란이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어차피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던 사람들이야 주는 혜택이 감사하겠지만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 명의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규정은 극중 인물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들조차 제대로 케어가 되지 않고 있는데..

728x90

하나라도 낳아서 잘 기르자는 인식도 옛말이고, 이제는 출산이 아닌 결혼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기혼자들은 미혼인 친구들에게 결혼을 말리고, 육아는 행복보다 노동과 희생의 이미지가 강하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실컷 육아가 주는 단절과 고통, 괴로움만 이야기하다 마지막에 잠깐 아이가 주는 행복도 있어 라고 말한다면 과연 미혼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붙어 있으면 싸우고 절친도 같이 살면 결국 의절로 끝이 나기 십상인데 남과 육아를 비롯 사생활을 공유한다니. 애초에 선을 지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우리는 이미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 그 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지 않았던가. 타인과 생활을 공유하다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그가 느끼는 자신만의 판단이다.

서로의 가정사를 의도했던 아니든 알게 되면서 그건 그랬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내리는 판단. 극중 남편조차도 문제가 생기면 그건 이러저러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아내에게 이해를 강요한다. 왜 나의 감정을 남이 정하고 판단해버리는지. 모든 오해와 다툼은 그런 나, 개인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프리랜서에 대한 3자의 반응 또한 기억에 남는다. 극중 효재는 프리랜서로 동화에 들어가는 삽화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 프리랜서라는 그녀의 직업에 대해 언제고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하는 사람정도로 여기고 있는데 그녀는 그것을 이해시키기를 포기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프리랜서라는 테두리에 들어있어서인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프리랜서는 남들이 보기에 남들 일할 때 쉬고, 평일이 자유로운 직업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에게 일이 주어지면 주말도 없고 24시간을 꼬박 매달려야 할 정도로 일에만 얽매여야 하며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온 신경을 쏟아야만 한다. 그런 고충을 알고 싶지도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 이들은 자신들이 일할 때 여유 있어 보이는 그들을 오해하고 판단해버린다.

 

식탁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현실로 확대되고 타인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소설이며 또 다른 계획을 세우도록 조언해주는 책이었다.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너무나 거슬리는 이야기들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책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네이웃의식탁 #구병모 #민음사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