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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프리즘 / 손원평 / 은행나무

by 디투스토리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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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몬드를 쓰고 침입자를 감독한 손원평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당연히 스릴러 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남녀 간의 사랑이다.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하고 저마다 사랑의 감정을 대하는 방식이 특별하다. 사랑의 의미가 퇴색 된 나머지 스스로 그늘 아래 숨어버린 남자나 상처로 남은 사랑을 의미 없이 붙들고 있는 여자가 그러하다.

 

세상에 존재 할 법한 이들이지만 정작 내 주변에는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 그리는 보통의 감정. 소설 프리즘이 보여주는 사랑은 보통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공통분모를 많이 갖고 있다. 읽는 동안 소설 속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 중 분명 나와 공감할 만한 감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점심시간의 짜투리를 커피와 함께 흘려보낼 수 있는 공간. 빈 건물 1층 한 켠은 그들에게 특별한 장소이자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만큼의 간격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예진과 도원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막 시작하려하고 있고, 다른 이는 흔들리는 문을 애써 닫아버린 모습이다. 소설 속 등장하는 감정은 깊지만 속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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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지난 과거와 감정을 밟아가며 현재를 그리고 있다. 애써 외면하고 잊어보려 해도 우연과 관계는 그들을 서로에게 이끌며 시작과 재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독자들은 그제야 그들이 왜 현재를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불같고 거침없는 사랑은 아니지만 보다 성숙해진 감정의 서두름은 어쩐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상처와 후회는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남녀의 선택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끝내 해소하지 못한 오해 같아 아쉬웠지만 이해는 가능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지나고 보면 한때구나 싶다가도 다시금 마주치는 현재이기도 하다. 똑같이 사랑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첫 만남인 듯 낯설게 마주한다. 그것이 엇갈린 과거의 사랑일지라도. 선선한 바람이 문득 차갑게 느껴지는 시기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지만 결코 얕은 감정으로 내 딛는 것이 아닌. 우리가 겪고 느꼈던, 혹은 진행 중일지 모를 그 감정의 세포를 다시금 꿈틀거리게 해줄 만한 아찔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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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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