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비하인드 스토리 & 감독과 작가의 의도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박찬욱의 11번째 장편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한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와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의 총제작비는 135억 원 안팎이고 손익분기점 120만명을 넘어 200만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간 작품마다 괜찮은 흥행 성적을 보여주었던 박찬욱 감독에게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흥행 성적을 남겼다. 특히나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찍은 비청불 작품으로서 감독 스스로도 흥행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었고, 높은 완성도로 영화제와 평단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기에 더더욱 아쉬운 편이다.
송서래와 장해준의 배역은 정서경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쓸 때부터 이미 탕웨이와 박해일을 고려했다고 한다. 송서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용의자라는 점 외에는 백지 상태였는데, 어느 날 정서경 작가가 갑자기 중국 사람으로 하자고 했다고. 박찬욱 감독이 왜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처음부터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중국계 여성이라는 설정으로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만약 탕웨이가 거절할 경우 대체할 배우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해 각본이 완성 전에 미리 연락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이 장해준을 연기할 배우로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로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이라는 캐릭터 때문이라 밝혔다. 영화 속 대부분의 실존인물 속에서, 허구의 인물임에도 기품과 의젓함이 보여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각본을 쓸 때, 박해일을 실제로 캐스팅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해준을 두고 "예를 들면 박해일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가 생각보다 잘 들리는데, 현장 동시녹음도 완벽을 추구했지만 후시녹음에서 처절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후시녹음을 위해 밀폐된 녹음 부스에서 대사를 수십 번 이상을 반복하고, 이후에도 녹음실 직원 중 이 영화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테스트를 했고, 거기에 더해 스탭들의 비영화인 친인척을 초대해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고 한다. 쿠크의 아나모픽 렌즈로 촬영하여, 쿠크 아나모픽 특유의 핀쿠션 왜곡이 영화 전체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훈희의 노래 '안개'는 영감을 준 소재 중 하나로 꼽혔다. 박찬욱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정훈희고, 이 곡은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가요 중 하나인데, 우연히 유튜브 자동 재생 중 트윈폴리오가 이 곡을 커버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기부터 이 영화가 출발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동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는 해당 노래를 전혀 듣지 않았다고 한다. 칸 영화제에서 처음 들었다고. 영화의 오프닝은 투자자 이름을 나열하는 한국 영화 특유의 오프닝을 보여주지 않고, 곧장 총성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총성으로 시작한 것은 사건 현장, 액션 장면을 상상하도록 오도하려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해준은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인물인데 틀린 선입견을 만들고 싶었고, 관객은 대개 사격장 씬이 나오면 표적을 얼마나 잘 맞혔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도 일부러 생략했다고 한다.
엔딩 크레딧은 헐리우드 영화처럼 작품의 제목인 ’헤어질 결심‘과 감독 박찬욱의 크레딧이 먼저 등장한다. 이는 박찬욱의 전작인 《아가씨》와 동일한 방식이다. 영화 곳곳에 스마트폰이 매우 중요한 도구로 등장한다. 번역 앱, 운동 앱, 추적 앱, 녹음 앱, 상대가 문자 답장 입력 중임을 알려주는 줄임표 등 여러 어플리케이션 기능이 적재적소로 등장해 서사를 쌓아올린다. 특히 해준과 서래는 애플 기기 사용자인데, 서래와 해준이 같은 종족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똑같이 현대 쏘나타를 몰고 스마트폰도 같은 회사 것을 썼다고 한다. 삼성의 갤럭시 모델이었어도 무관했겠지만 애플에서 협찬을 해줬다고 한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 Siri를 호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하는 관객들의 휴대폰이 의도치 않게 반응하기도 했다.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드레스 색깔 문제를 연상시키는, '청색으로도 보이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원피스'가 있다. 박찬욱 감독의 말에 따르면 서래를 무언가 흐릿하고 불분명한 존재로 그리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서래는 이렇게 보면 살인자고 저렇게 보면 피해자니까. 실제 촬영할 때는 파랑색 한 벌, 녹색 한 벌을 만들었다. 전작 아가씨처럼, 영화를 두 챕터로 아예 나눈 편집본이 오랫동안 존재했다고 한다. 각 챕터가 시작되기 전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산'과 '바다'라고 표기한 타이틀이 각장 서두에 나오는 형식인데 영화의 러닝타임이 꽤 긴 편이라 관객들이 일반적인 장편 영화 길이와 거의 비슷한 90분 분량의 1장을 보다가 '바다'라는 챕터 타이틀이 뜨면 또 다른 영화를 한 편을 더 봐야 한다는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뺐다고 한다. 다만 모르는 관객이 봐도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이 영화에 다소 의외의 출연자가 있는데, 바로 코미디언 김신영이다. 심지어 특별출연도 아닌 비중 있는 역할로, 김신영의 캐스팅은 박찬욱의 결정하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른 제작진이 전부 반대한 걸 혼자서 설득해 출연을 성사시켰는데, 박찬욱은 김신영에 대해 "'탁월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계가 그런 사람을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사실 경찰중에서도 강력계 형사라는 거친 직업을 하기엔 김신영은 예능인으로 대중에게 완전히 인식되어 있고 형사 이미지의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동글동글한 얼굴에 체구도 매우 작지만 봉준호나 박찬욱이 자주 공유하는 정서인 직업적 외형의 클리셰를 부수는 연출에 최적의 조건이라 여겼고, 고경표와 잘 대비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섭외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해일의 장해준도 강력계 반장이라고 하기엔 늘 정장에 깔끔한 구두 차림이다. 심지어 봉준호도 김신영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환영하며, 본인이 김신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김신영이 연기한 모습을 모아놓은 파일도 따로 가지고 있다'고 박찬욱에게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극중 송서래가 보던 사극은 원래 드라마 ’선덕여왕‘의 한 장면을 쓰려고 했으나 저작권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그 장면에서 미실의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라는 대사였다고 한다. 이를 대신해 가상의 사극을 새로 만들었는데 태백산맥의 '소화'라는 어린 무당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중 대만산 싱글 몰트 위스키인 카발란 위스키가 나온다. 정확히는 카발란 솔리스트 쉐리이다. 영화에 나온 덕분인지 국내에 카발란 위스키를 수입하는 골든블루에서, 카발란 위스키의 판매율이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에 대해 관객들이 왜 그것이 제목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결심한다' 할 때 '결심'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실 잘 안 될 거 같지 않냐며, 예를 들어 살 뺄 결심, 하면 잘 못 뺄 거 같은 심리를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 희망은 가지고 있는데, 왠지 실패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예상을 할 것 같았다고. 그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겠다. 하는 생각을 관객들이 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 속 대사, 어휘들도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영화 속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사인 '마침내'가 6월에 비해 7월에 트위터에서 2배, 인스타그램에서 1.5배, 블로그에서는 1.3배 언급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뽑은 2022년 좋아하는 영화목록 중 하나이다. BBC 선정 2022년 최고의 영화 20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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