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 리커버 에디션 / 김선현 / 출판 8.0

 

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저자김선현출판8.0발매2020.07.15.

<그림의 힘> '몸이 먼저 느끼고, 일상이 살아나는 그림들'

제목처럼 그림이 주는 어떤 힘에 대한 책이다. 평소 미술이나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명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흘러간 기억처럼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었기에 그러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림의 배경이나 주제, 특징 정도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그림을 보는 순간 몸이 먼저 느끼고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그림이 주는 힘인 것이다.

 

무수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은 고전을 읽는다. 새로운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고전은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명작이나 고전이 주는 무언가가 있듯, 명화에도 그만의 힘이 있다. 한때 고상한 취미라 불리던 미술관 전시는 이제 예비 관람객들의 요청에 의해 기획, 초청된다. 또한 해외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겐 미술관이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나 역시 그림은 잘 모르지만 아는 그림, 좋아하는 그림은 분명하게 꼽을 수 있다.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 테라스부터 시작한다. 첫번째 Work 챕터에 담겨있으며,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을 위한 그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그림을 그릴때 고흐는 일부러 앞좌석을 비워두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만약 자리가 빼곡했다면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설명으로 마음이 피곤하고 복잡한 이에게 좋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림자체만으로 퇴근 후 여유있는 한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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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실려있다.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게 되는 그림이라는데 과학동아에서는 화가의 켄버스와 붓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그림 속 거울에 비친 남녀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수수께끼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한 오른 쪽 아래 두 난장이에 주목해 소설을 출간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정말 묘한 매력을 지닌 그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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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프라도 미술관에서 직접 본 경험이 있는데 전부터 알고 있는 그림이었지만 실제로 봤을 때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듯 기분을 느꼈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연으로든지 자신을 보여주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몰입되는 듯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그림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일상 속에서 저마다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그림들을 가득 싣고 있다. 어느 부분을 펼쳐도 가볍게 넘길 부분이 없을 정도로 명화가 주는 즐거움과 그림의 힘이 가득하다. 꼼꼼히 글을 읽어보지 않고, 그저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내가 그림을 보며 막연히 느꼈던 감정이 설명을 통해 정리되는 듯 하다. 읽어가는 책이 아닌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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