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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게 범죄>
표지부터 낯선 흑인 남자가 당황한 듯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코미디언이자 미국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의 출생부터 유명 코미디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직업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그가 성장하며 겪었던 사회 분위기, 인종간의 차별, 가정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당시 남아공의 제도적인 문제가 보인다. 그 문제는 차별로 발전되어 인종간의 건널 수 없는 벽을 만들었으며 결국 빈부의 격차를 형성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가정 폭력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는데 그것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제 3자의 입장 역시 너무나 익숙하다. 이 모든 심각한 문제적 상황 속에서 당연히 불운하고 힘들기만 한 성장을 경험했을 거라 예상했지만, 트레버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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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 인종 간 성관계는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 행위였다. 흑인 어머니와 스위스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출생부터 부모의 범죄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 이어서 그의 성장 스토리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하지만 그들이 마냥 고생하고 슬픈 현실만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매순간 종교와 자신의 신념으로 아들을 키워온 트레버의 엄마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멋진, 한마디로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말썽꾸러기지만 현실을 바로보고 미래를 꿈꿀 줄 알았던 트레버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웃고, 울고, 심각하다보니 어느새 이들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상황은 너무 답답한데 너무 웃긴다. 너무 슬픈데 눈물보다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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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은 아무리 무거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특유의 위트를 지켜갔다는 점이다. 저자가 코미디언인 만큼 서술하는 방식 자체부터 너무 익살스럽다.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거나 집에 불을 냈을 때에도 분명 무겁고 슬픈 이야기인데 너무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심지어 재미있다. 사실 트레버 노아의 이야기지만 그의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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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첫 장에 나와 있는 ‘나를 남자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그의 말처럼 엄마는 트레버를 사람으로 키웠고 의젓한 남자로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트레버의 깨달음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향한 엄마의 교육에서 정말 많이 감동했다. 최근 읽었던 어느 소설보다도 나를 웃기고 감동시킨 책이다. 늘 무표정으로 독서를 하던 나를 마지막 장에 이르러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 책이다. 표지에 빌게이츠가 추천했다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나 역시 그의 생각에 크게 동감한다.
#태어난게범죄 #트레버노아 #부키 #인종차별 #자전적에세이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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